1.
비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다소 밝지 않은 우중충한 기분으로 길을 나섰다.
삶은 참... 막연해보이기만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분석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지만... 불만이 가득하다.
오래간만에 강남 한복판에 있는 잘 나가는 회사와 업무미팅을 했다.
잔뜩 기대한 것과는 달리...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듣는 도중,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회사 일이란...
규모가 클수록 협업라인이 많고
결재 떨어지는 것도 절차가 많아서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는 배가 산으로 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담당 부서 본인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겠만
그들이 불편한 감정을 내색한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스트레스 받은 표정과 말투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 세상 일이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잘 알지...
아직 처리할 일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른 일은 계속 들어오고,
처리 과정 중인 일은 결재도 안나고..
협업할 사람들은 자기 일에 치여 이 쪽 일에는 신경도 못쓰고 있고,
회의에 불러들인 제작업체 사장은 내용도 모르면서 계속 다음 단계가 뭐냐고 물으면서..
자기 제품 PR만 하고 있다.
발을 동동 굴러도 해결되는 일은 없다.
이럴 때 받는 스트레스는 엉뚱한 곳으로 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그들의 일과는 상관없을지도 모르는
나의 PR은 속시원하게 끝내지 못해서 아쉽다.
말해도 들을 귀가 없었다. ㅎ
피차 귀에 거스릴만한 언행은 없었으나...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다.
'을이 할 태도는 아니지...... '
침 삼키듯 식도와 목구멍 언저리 어디쯤인지... 누르면서
기분과 상황을 자제했다.
'잘~ 되면 좋으련만..'
조만간 좋은 소식 달라고 인사말을 건네고
그 잘나가는 회사문을 나왔다.
(후일담 : 조금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이 일은 아주 잘 풀려서 비용도 괜찮게 받았고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
2.
비오는 거리를 터벅터벅 우산쓰고 걷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뭘 고민하고 어려워하고 있었는지.
한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문제는 풀라고 있는 것이니..
문제를 알았으니. 이제 풀 일만 남았는데
그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다른 건 전혀 문제 없어보이는데
단 한가지 돈버는 문제가 작지만 크다.
허~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3.
마음만큼은 벌써... 말을 타고 달린다.
화는 나는데...
아무도 나에게 잘못한 사람도 없지만,
모두가 미워지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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