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계신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솔잎을 많이 따 놓았으니 보내주시겠다는 내용이다. 솔잎으로 액기스를 만들어 먹으면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찾아뵐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괜찮으시다면 찾아뵙겠노라고 했다. 정대표와 함께 상봉에서 약속하고 기차여행과도 같은 지하철을 탔다.
이러저러한 우리의 사정이 그리 편치는 않다. 그동안 마음 써주시고 애쓰신 선생님께 죄송할 뿐이지만, 지금의 상황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한번도 묻지 않으셨다. 대충은 알고 계시기도 하지만, 위로해 주시고 힘내라고 부르신 것이다.
어른이 되고나서는 누군가와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된다.
서로 마음을 여는 노력과 용서가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데 큰 포인트인 셈이다.
작가로서 뿌리를 잘 다지고, 흐트러짐 없는 예술가로서의 길을 걷는 것만이 선생님께 대한 보답이리라 여겨진다.
선생님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애정에 ... 내 손과 발의 위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오늘도 나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신다.
한없이 추락하고 있던 나에게 생명수 같은 한모금의 메시지였다.
동아줄에 매달려 아차 실수하고 손을 놓칠 것 같았는데, 손목과 발목에 샘물처럼 힘이 솟아오르는 것 같다.
"적어도 나의 가는 길에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는 분이 계신다" 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난다.
함께 해주시는 그 마음 잘 알고 감사할 뿐이다. 음식에 앞서 그 마음을 먼저 꿀꺽 삼켰다. 인생은 각자 삶의 짐진 고난에 서로 개입할 수 없지만 "함께"할 때 큰 힘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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