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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죽음 그리고 성장』

저자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옮긴이 : 이주혜

부모님의 임종을 겪은 나로서는 한층 더 인생의 지혜에 가깝게  다가선 것이다. 막연하게 두려운 죽음이,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므로 깊이 숙고해봐야 한다.
탄생이 축복이므로 더더군다나 죽음은 인생에서 가장 활짝 핀 꽃과 같을 것이다. 죽음을 저주와 사망으로 보는 시각은 잘못된 인식일지도 모른다.  ㅡ 박정구's  ❤

 

 

[생각해 볼 단어와 문장들]

121p 우주가 돌아가는 질서정연함과 규칙성
우주의 법칙이 인간사회를 통치하는 데에도 단호하게 적용된다.
129p 몸은 영원불멸의 자아가 깃드는 지지대에 불과하다. 자아는 몸으로부터 떠올라 가장 높은 빛의 세계에 도달해 '궁극의  인간'이라는 스스로  완전한 형태가 된다.

죽음은 삶의 연속적인 순환 사이에 끼어 있는 중간역에 불과하다.

135p 죽지 않는 자아는 그 어떤 전쟁 무기로도 살해 할 수가 없다.
몸이 살해되었다고 해서 정말로 살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 앞에서 망설이지 말고 신념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 연연해하지 않는 정신은 인과응보와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는 열쇠이다.

136p  자아가 깃든 현재의 이 육신이 유년,청년기,노년기를 거쳐야 하듯이 언젠가 입게될 또다른 몸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며 죽음에 이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면 육신의 변화를 혼란스러워하지 않는다.

이 세상 어떤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해도 이는 우주의 법칙을 따르는 것이므로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다.

그 불가피성을 생각하면 슬퍼할 이유가 없다.
 

미시적으로 바라보면 탄생과 죽음이 매 순간 거의 동시다발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몸과 감각과 지각, 정신적인 형식, 의식 등의 혼합물 덩어리에 불과한 개개의 인간은 몸과 마음의 유기적 결합체를 형성해 매 순간 태어나고 죽는 과정에 참여한다. 

 

탄생과 죽음은 거의 구별할 수 없이 미세한 가닥으로 꼬여 있는 존재의 밧줄이다. 

모든 우주는 죽어가며 찰나의 순간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부처의 메시지 : 길어야 천년정도 지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은 불가피하게 소멸에 이른다. 모든 것은 결국 바라던 것과 헤어져야 한다. 모든 산 것(광물, 식물, 동물, 인간, 신)은 죽음의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세상의 진정한 법칙을 받아들이고 삶이든 죽음이든 걱정하지 말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죽음도 삶도 아니다.

때를 기다린다. 임금을 기다리는 하인처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은 죽음도 삶도 아니다.

때를 기다린다. 정신 바짝 차리고 날카로운 지혜로.

 

214p

진정 중요한 것은 죽음의 순간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아니고 그동안 살아온 햇수도 아니다. 홀로 떠나는 마지막 여행길을 위엄 있게 맞이할 힘을 주는것은 그동안 우리가 보여온 삶의 질이요 용기이자 힘이다

 

239p 진정한 자신이 되는 것, 동시에 더욱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성장이다. 

 

263p

모질고 냉혹했던 시절을 다시 떠올릴 때는 개인의 신념이 이루어낸 중추적인 역할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친구와 가족, 그리고 내 자신의 기도는 무엇을 위한기도여야 하는지를 더욱 또렷이 깨닫게 해주었어요. 낫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이해와 평온과 힘을 달라는 기도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희망의 원천이 어디에서 솟아나는지, 그리고 개인적인 신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닫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답니다. 희망의 원천은 절망이 가장 어두운 시간을 달리고 있을 때 나타났으니까요.

 

264p 

[중요한 건 살아가는 햇수가 아니라 삶의 질이다]

"제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X만큼 남았다" 가 되겠지요.

진정 중요한 것은 그 X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냐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보다는 남은 시간을 절망 속에서 살다 갈 것인가. 아니면 주어진 시간을 남김없이 완벽하게 살다 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선택이 분명해지자 비로소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부담감이 사라졌어요. 그 순간의 의미심장함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곧바로 다음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이었어요. 암이 완치되었다 해도 어제보다는오늘 하루가 죽음에 더 가까워진 것이지요.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생애의 양이 아닌 질이겠지요. 삶의 진의를 비로소 깨닫고 죽음의 의미를 성장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게는 악성종양이라는 도구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291p

오빌 켈리

...

(생략)

....

여름, 새들의 노랫소리가 저토록 아름다운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당분간 당신 곁을 떠나야 한다는 걸 알기 전에는

정말로 몰랐어요.

하늘빛이 저토록 깊고 푸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어요.

당신 곁에서 오래도록 늙어갈 수 없다는 걸 알기 전에는

정말로 몰랐어요.

하지만 당신의 사랑을 모르고

천만 번의 여름을 사느니

당신의 사랑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당신과 나, 우리 둘이서

이 아름다운 낮과 밤을 

영원히 기억하기로 해요.

 

(중략)

 

어느 눈 내리는 겨울 밤

고독이 당신을 덮치더라도 

잊지 마세요

죽음이 나를 데려갔어도

내 사랑은 결코 죽지 않음을!

 

300p

죽음은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아 책으로 읽거나 철학적으로 논할 때는 우리의 체제를 뒤흔드는 충격이 될 수 없다. 무기력하고 고립된 감정은 우리의 온전한 존재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결코 지적인 환상에서 나오지 않는다. 보편적인 죽음은 우리라는 존재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한다. 본인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닥쳤을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삶의 굶주림'이라는 격통을 온몸으로 느낀다. 

 

301p

[토머스 벨 Thomas Bell - 생의 한가운데 In the Midst of Life]

가끔은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것만 같다. 어두컴컴한 한밤중에 깨어났을 때나 갑자기 문득 정신이 들 때나 혹은 한낮에도 오싹 추위가 느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난 아니야. 내가 악성 종양이라고? 내가 살날이 몇 달밖에 안 남았다고? 말도 안 돼. 그리곤 물끄러미 어둠을 응시하거나 햇빛 가득한 거리를 내다보면서 풍경을 품어보려, 느껴보려 애써보지만 여전히 현실이 아닌 것만 같다. 

어쩌면 내 의식의 반은 이런 일은 남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 어떻게 되든 내 알 바가 아닌 사람, 그러라고 태어난 사람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나니까. 나는 낯선 사람도 아니고, 다른 사람도 아니니까. 바로 나니까!

 

302p

다른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면 위기의 순간을 맞이해도 더 쉽게 털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꽤 어려운 일이 된다. 평소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과 분노와 증오 등의 감정을 공유하며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면 죽음을 경험하는 순간에도 위로와 지지를 주고 받기 위해 손을 내미는 일이 무척 어려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