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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구의 창작 갤러리

가로등을 켜는 사람

사이즈 : 98h x 26w x 22.5d cm

재료 : PVC foam board, 

제작년도 : 2021년

 

태양에 있는 흑점의 양이 11, 22, 240년 주기로 변한다고 한다. 흑점의 영향을 밝혀낸 것도 대단한데 240년 주기를 알아냈다니 사람의 집념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천문학자들은 기록과 관찰을 주의 깊게 살폈고, 지루하고 꾸준한 일상에 집중하며 11, 22, 240년을 살아봐야 알 수 있는 흑점의 주기성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들을 밝혀냈다.

 

사실... 거대한 위인들은 하루하루 성실함을 유지하며 꾸준한 일상을 살아낸 보통 사람들이었구나!

 

우리는 힘들 때에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Super normal(위대한 보통의 일)을 이루어낸다. 나의 중심 밖에서 들리는 격려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만약 그 격려가 변치 않는 진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면 우리는 삶을 더더욱 의연하게 살 수 있다. 어둠을 몰아내는 빛을 켜거나 비추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빛이란.., 사랑이라는 속성과 비슷하게 맞물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17, 18c 유럽과 미국에 실제로 가로등을 켜는 직업이 있었다. 가스등으로 된 가로등 하나씩 일일이 긴 막대기로 불을 붙여가며 새벽과 밤을 밝힌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삶을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페페, 가로등을 켜는 아이에는 도시빈민의 역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삶을 지켜내며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해나가는 이야기가 있다. 가로등 하나하나 불을 붙일 때마다 가족의 이름을 불러가며 축복했던 진심어린 기도는 감동적이다.

 

꾸준한 집념과 끈기, 역경을 이기는 힘의 원천은 사랑과 신뢰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작품에는 어깨를 내 주어야 하는 수고와 무거운 어깨를 빌려 쓰는 사랑과 신뢰의 관계가 있을 때 빛을 켤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실한 기다림과 견딤은 어둠을 몰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