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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구의 창작 갤러리

길 위에 서다(Standing on the road)

작가명 : 박정구

작품명 : 길 위에 서다 (Standing on the road)

제작년도 : 2018년

재료 : PVC Foam board

사이즈 : 100 x 102 x 26cm

작품소장처 : 개인 collector (서울 강남 서초동)

 

 

내가 일생에 매여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하루가 길~어. 하루는 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미리 두려워하거나 조급해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인생에 대한 나의 명철한 의견보다 막막해 보이는 하나님의 의견과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나는 오늘 그런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가을.

다시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사업.

더이상은 단절될 것만 같았던 사람들과의 관계.

한여름 무더위에 고립될 것만 같았던 나의 일상.

평생 욕받이로만 살아야 할 것만 같은 나의 인생.

그러나 “천만에.. 그렇지 않은 일상이 왔다!”

단풍이 어느 해 못지 않은 아름다운 가을이 왔고,

단골 회사로부터 온 일감을 진행 중이고,

주변의 지인들은 나에게 여전히 호의적이고,

지난 여름은 좋은 추억거리로 남아 기억이 새롭고,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한 나에게 아내의 사랑과 신뢰, 자녀들의 여전한 존경, 지인들의 아낌없는 후원에 저절로 무릎이 꿇린다.

나는 어디에 매몰되어 있는 것일까.

내 생각은 좁기만 한 것일까.

내 존재는 내 자신 앞에서 늘 작아 보이고 때로는 무시를 당하기까지 하는 것일까.

내 생각의 기초는 어디서부터 생겨난 것일까

어렵겠지만,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