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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구의 창작 갤러리

2015 제25회 한국구상조각대전. 너를 위하여 (For you) ArtSpace H 2015.11.8 ~ 11.14

 

작가명 : 박정구

작품명 : 너를 위하여

제작년도 : 2015년

재료 : paper(craft 300g)

사이즈 : 800 x 520 x 1000mm

전시 : 갤러리 아트스페이스(H) - 2015.10.27~11.8

2015 한국구상조각대전 특선작

2014년 3월 봄이었다. 교회에서 개최하는 봄맞이 체육대회를 참가하고 있었다.

치매를 앓고 계셨던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먼지 풀풀 날리는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 도착했다. 설치된 몽골텐트 아래 은박지 돗자리를 깔고 번거로움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교회분들이 간식을 대접하신다. 그분들이야 항상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시지만 내 마음은 온통 아버지를 신경쓰고 있었다.

마음 속에서 항상 ‘나쁜 자식!’ 혼내는 말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유는 치매걸린 아버지를 잘 해드리지 못한 죄책감이었다.

아버지는 벌써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어느날 갑자기 사람이 흉측한 해충으로 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의 방에 고립되어 탈출을 시도하다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죽게 되는 이야기다.

사람이.. 역할과 본성을 잃게 되는 날 사람과의 관계는 끊어지고 삶은 의미없게 변한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역할과 본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최근 어느 목사님이 설교 중에 “당신의 존재의 의미를 아느냐?” 고 물으신다.

인생은 슬프게도 개인의 역할이, 인간으로서 존재가치보다 우선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면 생각을 바꾸는 수밖에는 없는 것 아닌가....

나 혹은 타인이 역할에 충실하지 못할 때..

더욱 개인의 존재와 인생의 가치에 대한 성경이야기를 듣는 것이 올바르다.

역할보다는 존재적 가치로서 타인을 대하고,

대접 받기보다는 주는 쪽 위치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행복은 늘 손에 잡히지 않는 모래알 같을테니까.

그래서... 작품 제목 <너를 위하여>

 

 

공모주제는 영화 및 캐릭터였는데 당시 작가들은 자유로운 작품을 출품했다. 아마 후원사였던 센토이가 원하는 작품은 피규어같은 수준을 원했을 것이다(내 생각). 내 작품에 등장한 캐릭터는 영화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사자 Alex 이다. Alex의 존재는 야생동물로서 동물의 왕이지만 역할로서는 동물원에서 광대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는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이지만, 스토리가 끝날 무렵 Alex는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