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정구의 창작 갤러리

해바라기 (흔적)


작가명 : 박정구
작품명 : 흔적
제작년도 : 2010년
재료 : 천(평직 견직물)
제작방식 : 공기조형물, 공기막조형물 (inflatable sculpture)
사이즈 : 140cm(h) x 140(w) x 100cm(d)


1.
전시 : 갤러리아티비타 2018년 12월

해바라기 공기조형물이 작품이냐 상품이냐에 관한 갈등이 많았다. 결정 여부에 따라 전시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공기조형물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제작업자였기 때문에, 예술과 상업적인 것을 섞지 말라는 진심어린 충고도 들었다. 지당한 조언이었을지라도 내가 제작업자라는 사실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고, 숨겨지지도 않는 나의 삶의 일부이므로 전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해바라기 전시는 시간대를 정해서, 피다 지다 아예 시든 장면을 전시했다.
시간대를 정하여 오히려 한창 낮에 시들고 저녁 때 활짝 피어 있도록 연출했다.
나는 낮이 아닌,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한창 피는 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육신은 쇠하여 갈지라도 소망을 발견하는 사람 - 그 생기를 흡입하는 사람은 누구나 활짝 핀 꽃과 같을 것이다.

2.
공기조형물이란?

일종의 풍선.
천을 재단, 재봉한 후 모터로 공기를 주입하여  형태를 완성시키는 조형물.

공기조형물을 소장목적의 작품으로 구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공기조형물은 한시적인 이벤트 행사에 많이 사용되어 왔다. 그래서 작품 자체로서 남기보다는 퍼포먼스로만 기억될 가능성이 더 크다. 지구환경의 어느 공간에 인간의 부산물을 남기지 않고 퍼포먼스로만 기억되는 작품전일지라도 우리 인생의 흔적으로서 의미가 얕은 것은 아니다.
견고한 재료의 환경조형물들이 아주 가끔은 흉물이 되어가는 경우도 종종 소식을 듣게 된다. 당연히 조각가들은 고민스러운 일 일 것이다.

혹시 흉물이 된 조형물은 예술이 아닐까?
혹시 흔적이 남지 않는 작품은 예술이 아닐까?
 
'사실은... 나도 오늘이 처음이야...'
 
사람은 누구나 준비없이 인생을 체험한다.
최초의 시연이 이미 삶 자체이므로
단 한번만 살 수 있는 인생은 기억이고 , 공기조형물도 흔적일 수밖에 없다. 
 
*************************************

3.
마치 우주에서 밝게 빛나고 있는 어떤 별처럼
영원 속에 찰나와도 같은... 아리따운 내 인생.
 
나는 한창 젊은 시절의 나이에 시든 꽃처럼 지낸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가끔 들 때가 있었다.
지난 세월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지만 한 때의 어려움이 내 인생이 후반부를 더 의미있게 버티게 해 준 깊이의 시간, 두께의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세상에 태어난 후로 내면에 상처가 남기 전..,
활짝 핀 꽃이 진짜 나의 모습일 것 같다.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고.
인생은 한편 슬프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인생의 진실이 보이는 듯하다.
그 진실로 인해 절망했을 것이 뻔했던 나의 삶의 목표와 방향은 수정되었다.
이런 일은 나에게 기적에 속하는 일이다.

... 인생은 아름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