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정구의 창작 갤러리

너는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처럼 서서 나와 변론하자 (욥기38장)

작가 : 박 정 구
사이즈 : 70h x 30w x 15d cm
재료 : PVC foam board,
제작년도 : 2021년
작품소장처 : 개인 collector (평택)

너는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처럼 서서 나와 변론하자 (욥기38장)
Brace yourself like a man; I will question you, and you shall answer me.

하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때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원망이 쏟아져 나왔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지적할 때는 얼마든지 그 지적을 거부할 수 있지만, 스스로 나에게 혐의를 둘 때는 피할 곳이 없어진다.

“너는 누구며 어디에 있었느냐?”
“무지한 말로 생각을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
“너는 허리를 동이고 대장부처럼 서서 나와 변론하자”

성경의 욥기38장부터 나오는 하나님의 폭포수 같은 질문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하나님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자기 자신과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도 당당하게 대면해봐야 한다.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고, 삶의 가치는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대응하고 살아왔는가를 이해할 때 더 균형 잡힌 생각에 근접할 수 있다. 쉽게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2022.12.29 목요일
얼마 전(2022.12.21 수) 익히 잘 알고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부전화였지만 대뜸 내 작품을 사겠다고 했다. 물론 그 전부터 만날 때마다 작품을 사겠다는 말을 자주하긴 했었다. 나는 그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줄까... 생각했다. 코로나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서 하던 사업도 꽤 괜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한테는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기도 했다.
그날 저녁 나름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형편이 어려워진 친구에게 배려랍시고 함부로 베푸는 밥값이나 작품값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이다. 어줍잖은 친절이 가혹하게도 무능한 그의 현실을 더 아프게 일깨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누군가에게 혹은 누군가로부터 가장 뼈아픈 폭력을 선사하고 살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게 나는 싫다. 친구들이 행복해야 내가 더불어 행복해진다는 공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속에 새겨져 있다.
하필이면, 가장 추운 동짓날. 기온 급강하(영하 십몇도)에 찬바람까지 부는 날. 치렁치렁 두꺼운 롱패딩에 가방을 매고 한 손에는 라면 박스보다 훨씬 큰 박스를 들고 그 먼 평택을 향해 고속버스를 탔다. 내 직인이 들어간 작품보증서와 작품과 관련된 자료를 첨부했다.

누구나 따지고 보면 기구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친구의 인생길은 어릴 때부터 녹록지 않았다. 가끔 그가 해주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는 당당하게 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한탄하는 말을 하곤 했었다. 내가 이 작품을 하면서 느꼈던, - 하나님 앞에서 거리낌 없이 당당한 삶을 살고 싶은 - 그 고백에 공감이 되었던 것 같다(심히)

부디 그의 삶에 , 인생에, 일상에서.
살아계신 하나님과 마주하며 당당한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그의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