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1일 화요일
과자 까먹던 계곡물에서 적당히 쉬다가 내려갈 걸.... 가볍게 산책하러 나왔는데 남자 셋이 산에 오니 조금만 더 올라가 보자 한 것이 결국 꼭대기 도솔봉까지 올랐습니다. 계획에 없던 등산이 된 셈입니다.
와보니 생각이 바뀝니다. 오길 잘했네! ^^
저 가파른 바위 계단을 올라가야 하고, 보이는 것은 나무와 어렴풋이 보이는 능선과 하늘입니다. 군대서 누가 제일 고생했는지 따지는 것만큼이나 하나마나 한 이야기 같은... 평일날 산에 오르는 세 남자의 사연은 굳이 접어둡니다. ^^
끝도 보이지 않는 가파른 바위계단을 오를 때는 이런 고생이 언제 끝날까? 끝은 있기나 한걸까 싶지만.. 세상의 이치는 고생 끝에 낙이 오게 마련입니다.
두려움 많고, 용기도 없고, 가장 비겁한 인생이 산 꼭대기에 오르니 대범해집니다. 용사가 되네요.
가파른 바위 계단과 오늘따라 메고 있던 가방도 날릴만 했던 강풍을 견디고 나니, 드디어 능선을 따라 평지 길이 나타났습니다. 흙을 밟는다는 게 이렇게 세상 편할 수가.... 고생 끝에 낙이 오긴 왔습니다. 내려다보이는 세상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네요.
능선의 좌측과 우측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입니다. 되돌아보니 우리가 이렇게 가파른 곳을 올라왔다니... 무슨 만용을 다부렸습니다. 무방비 얇은 옷에 불어오는 바람이 살 속을 파고 드는 것 같습니다.
능선을 살짝 돌아서니 바람없는 딴세상이 되네요. 바람부는 능선의 반대편에서 김밥 한줄씩 나누어 먹었습니다.
뿌리가 다 드러난 산꼭대기에 선 나무. 온갖 풍상에도 처절하게 버팁니다.
포기할만한 현실에도 허공에 뜬 것 같은 이상을 버리지 않고 현실을 견디고 개선하면서 또다시 이상을 바라보는 태도.
지혜는 신앙과 신념에서 나오는 것이란 사실을 되새기고 다집니다.
며칠후, 몇 달 후 , 몇 년 후의 삶의 질은 달라질 수밖에요.
요즘에는 잘 견디는 것이 지혜입니다.
결국은 고목나무에도 꽃이 피는 날이 오고... 삶을 디디고 일어설 격려와 꿈으로 푸르기만 한 초저녁 귀가길 하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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