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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오명희 "7인의 초대"

이유도 생각나지 않는 불편한 심기가 밖으로 나를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스스로 떠밀려 나오다 보니 근처 도서관에 왔다.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날 책이라고 마음에 들겠는가.

도서관에 들어와 첫눈에 신간서적이 꽂혀있는 서가에 가서 무심코 책 한권을 뽑아 들었다. 

일곱편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는 책이다. 

 

"오명희작가의 7인의 초대"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자살하기로 한 사람 4명의 이야기와 몸집이 큰 고래들이 죽는 이유들이 호기심과 긴장감을 자극했다. 고래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그들의 결연한 의지로 죽음의 고통을 견디며 자살을 선택한다는 이야기와 자살을 결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대비된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살린 것은 모텔 주인의 안부를 묻는 따뜻함이었다.  생명은 진정한 사람 냄새가 지킨다. 

 

이런 이야기들이 들썩였던 내 엉덩이를 주저 앉혔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생전의 장례식을 치루는 이야기, 돌아가신 양어머니를 추모하는 양공주(양갈보) 이야기, 온라인 중고시장 당근 마켓에 마음으로 떠나보내지 못한 죽은 아내의 물건을 판매하는 남편.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과 치매어머니를 억지로 떠맡게 된 차남의 애도... 등등  7편의 소설을 도서관의 한 구석에 앉아 모두 읽어 버렸다.  

심기 불편했던 내 마음이 다독여지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지...  나만 어려운 건 아니야.
때로는 견디는 게 필요할 때도 있지. 좀 참아야 할 때도 있고.
그 사이에 사람들과 나누는 정이나 사랑, 연대감이 우릴 살리기도 한다. 

 

도서관을 나서며 불편했던 심기가 다소 가라앉은 것 같다. 

사람의 삶은 의도치 않은 일로 가득한데 

오늘은 의도하지도 않은 일 치고는 괜찮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