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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헤르만헤세 『데미안』

이 책이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되기에는 내용이 너무어려운 거 아닌가?  물론 요즘 청소년들은 내가 겪어온 그 시절과는 다르게 똑똑하기도 하다.  수십년 전 중학생 때 이 책을 읽었던 기억만 날뿐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 어리버리했던 나의 중학생시절의 문해력이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해 줄리가 없었고 그 나이에 삶을 성찰할만큼 성숙했을리도 없었다.
단지 줄거리 내용 파악하는 것이야 집중하면 될테지만 줄거리만으로 이해하기에는 이 책을 대해서는 올바른 독서가 아닌 것 같다. 줄거리는 한 소년의 성장과정에서 벌어지는 내면의 깊은 이야기들인데 책제목과 같은 이름 데미안의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존재와 그의 어머니인 에바부인과 주인공 싱클레어의 애매모호한 관계, 무의식과 꿈, 친구의 엄마를 이성으로 사랑하는 것, 뜬금없이 동성애같은 친구와의 키스..의 장면들은 독서 중 심란한 느낌이 들게 한다.  마치 프로이드의 꿈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가족과 세상에서의 두세계를 경험하는 부분에서는 고스란히 어린시절의 죄책감과 미숙함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나의 어린시절과 성장기가 떠올라 처음에 이 책을 접할 때는 성찰하며 읽어야 하는 책인줄 알았다. 
서양식 환타지 공포소설 같지만, 인간의 내면에 동시에 존재하는 선과 악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책을 덮고 나니 자꾸 곱씹어보게 된다. 나의 어린시절의  죄책감에 대한 것. 이루지 못한 꿈에 관한 것들, 편향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성에 대해,  복잡한 정치문제와 패미니즘, 그리고 온갖 잡다한 생각들을 친구와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청소년 성장소설의 관점에서 읽었을 때는 마치 "너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것처럼 읽혀지도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미 성장기를 거친 내 나이에도 여전히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나 자신만의 길을 가도록 격려를 받기도 한다. 

사실상 데미안의 존재는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 충고와 위로를 건네는 나아닌, 나이기도 한 존재다. 그것은 철학, 이념, 사상, 종교, 사회적 교육의 흔적 같은 것들이다.
 


독서 중 선명하게 남은 몇문장 : 

\ "나는 오로지 내 안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했을 뿐이다. 그것이 어째서 그리도 어려웠을까?" 
\ 우리는 모두 같은 심연에서 나왔다. 하지만 깊은 심연에서 밖으로 내던져진 하나의 시도인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서 나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는 있지만 누구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 하지만 난 자신의 성을 억누르는 사람이 어째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순수한건지 이해를 못하겠어. 나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지 않는 것, 나 자신도 실천할 수 없는 것을 충고해서는 안된다. 
\ 사람들은 서로서로가 두려워서 서로에게 도망을 치는거지. 함께하기란 패거리짓 일지도 몰라. 자기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거지. 
\ 길이 그토록 어려웠던가?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던가.
\ 인간은 신이 될 수 없기에 타인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 너 자신만의 길을 가라.